top of page

Production Note_Oh Jjangddung

짱뚱이네 똥황토  Oh! Jjangddung | 2024 | 26mins 5secs | dir. PARK Jaebeom | prod. Studio Yona


어른스런 마음

짱뚱이는 오동통한 볼살에 짜리 몽땅한 몸매에 찰떡인 별명이다. 70년대 초중반, 아홉 살 무렵 짱뚱이는 딸부잣집 둘째로 전라도 작은 마을에 산다. 황토는 짱뚱이네 집 진돗개 조남이가 나은 새끼다. 형제 중에 가장 먹성이 좋은 만큼 똥도 많이 싸는 바람에 짱뚱이 절친 봉식이는 똥황토라고 부른다. 고령화와 인구소멸을 논하는 지금의 시골은 한적하지 그지없지만, 50년 전 시골은 집집마다 여남은 명씩 온 마을이 시끌시끌했다. 그만큼 짱뚱이와 관계 맺는 존재도 다양하다. 


파란 하늘이 보이다가도 이따금 세찬 비가 내리는 한 여름 서울에서, 박재범 감독을 다시 만났다. N잡러(애니메이션 감독, 스튜디오 대표, 한국영화아카데미 교수)이자 돌잡이 아빠로서 바쁨이 기본 값인 그는 부산에서 올라온 당일 4개의 일정을 소화하고 돌아갈 예정이었다. 시간이든 돈이든 제약은 언제나 있다. 어쩌면 스튜디오 요나의 <전원일기>(1980-2002, MBC)가 될지도 모를 <짱뚱이네 똥황토>의 제작 과정을 들었다.     


원작이 있으니까 마음이 훨씬 편한 거예요


원작을 어릴 때 보셨어요?

초등학교 4학년 때 초등학교 때 학급문고에 있었어요. 재미있게 봤었거든요.


유명한 책이지만 내가 어떤 세대에 있느냐에 따라서 전혀 접점이 없을 수도 있어서 어떻게 작품과 인연이 닿았을까 궁금했어요.

책을 처음 접한 당시가 월드컵 하기 전이었는데, 전혀 옛날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고 재밌게 읽었어요. 최근에 크라우드 펀딩을 위해 주변에 프로젝트를 알렸는데, 신기하게 영화 개봉을 하거나 작업을 하러 가면 많은 분들이 원작을 알고 있더라고요. 제 또래도 그렇고 부모님 세대도 알고 계셔서 친근해하셨어요.


원작을 읽어보니까 각색을 많이 하셨더라고요.

처음에는 『짱뚱이네 집 똥황토』 지금 나와 있는 동화 형태 그대로 만들려고 했다가 『짱뚱이의 시골생활』 만화에 나온 내용이 빠지면 아쉬울 것 같았어요. 언제 또 만들 수 있을지 모르잖아요. 그래서 각색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짱뚱이네 집 똥황토』는 진짜 동화 같은 느낌이었고 다시 한번 봤던 만화책에서는 어릴 때 못 느꼈던 정서가 느껴졌어요.


혹시 『짱뚱이네 집 똥황토』 한 권으로는 내가 생각하는 25분 정도의 분량이 안 나올 것 같았나요?

맞아요. 아이들이 보기 좋은 동화 느낌에 엔딩을 보면 이별로 끝나는 마냥 밝지는 않은 내용인데, 만화책에는 가족들에 대한 묘사들이 잘 돼 있어요. 그게 커서 보니까 더 와닿는 거예요. 그중에 어릴 때는 몰랐는데, 동생이나 엄마나 아빠에 대한 묘사들이 있구나. 실제로 누구를 더 좋아하고 조금 신경을 더 쓰고 있고 하는 것들이 그냥 느껴졌거든요. 황토도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각색을 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썼어요. 


여기 있는 거에서 제가 느낀 것을 각색하면서 원작이 다르게 비치면 어쩌나 하는 고민이 있어서 작가님한테 말씀을 드렸더니, 그런 거 왜 신경 쓰냐고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처음 느꼈던 제가 좋았던 부분 같이 공감했으면 좋겠던 내용을 가지고 썼어요. 한 3일 만에 썼어요.


원작이 있으니까 마음이 훨씬 편한 거예요. 원작에 실재하는 인물이 느낀 거나 봤던 것들이 잘 묘사가 돼 있으니까 마음이 편했어요. <엄마의 땅> 때는 제가 시베리아를 가질 못하니까 내가 나이브하게 상상 속으로만 어중 띄게 묘사하면 어쩌지라는 불안함이 있었는데, 이거는 정확하게 누군가가 느낀 것들을 담아놓은 거니까 그런 불안함은 없었어요.



“만화에 나온 그대로는 만들기가 어려웠어요”


만화에 가족 묘사가 잘 돼 있었다고 하셨는데, 애니메이션에는 가족을 확 줄여버렸잖아요.

동생도 언니도 처음에는 넣어놨다가 제작 여건상 이 에피소드를 다 담기는 어려워서 뺐어요. 원래는 진숙이 언니랑 둘이 라이벌처럼 신경전 하는 신이 있었어요. 그 부분이 이야기랑 직접적인 관련은 없어서 빼게 됐는데, 아쉽긴 하죠. 그 당시에 작은 집에 옹기종기 한 방에 같이 살았잖아요. 그 내용을 좀 더 담고 싶었는데, 줄일 수밖에 없었어요. 


만화책을 보면은 짱뚱이가 엄마를 좀 무서워하고 우리 아빠 우리 아빠 하면서 아빠를 엄청 좋아해요. 어떤 갈등이 생겼을 때 아빠는 조금 더 옹호해 주는 역할이고 엄마는 엄한데 뒤에서 가족들을 생각하는 부분들을 대신 이야기에 담았어요.



원작 짱뚱이는 리얼하고 토속적인 어린이예요. 애니메이션 캐릭터는 예쁘장하고 더 자란 느낌이예요.

짱뚱이라는 이름을 왜 붙었나 책을 봤을 때 볼이 엄청 빵빵하고 눈도 톡 튀어나오고 막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말괄량이 천방지축이다는 설명이 있거든요. 그런 디자인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했는데 만화에 나온 그대로는 만들기가 어려웠어요. 진희 작가님께서는 캐릭터를 보고는 의견을 많이 내셨어요. 예를 들면 볼이 더 빵빵해서 막 부풀어 오른 듯한 느낌이나 쫀득한 느낌도 들었으면 좋겠다는 거죠. 그렇게 하고 싶은데 제작 여건상 어려운 점을 잘 설명드렸어요. 저희가 한지로 캐릭터들을 만들었거든요. 한지의 특별함이 살 수 있게끔 디자인을 했어요. 텍스처가 다 한지고 옷도 한지 질감의 옷을 썼고 세트들도 한지를 붙여서 만들었어요.


겉에 텍스처를 한지로 한 거고 뼈대랑 안쪽 부분은 다르게 하지 않았어요.

안쪽은 기존에 저희가 만들어 왔던 아마추어와 3D 프린팅을 해서 만들어 썼어요.


종이의 색은 직접 입히신 거예요 아니면 그런 색종이를 찾은 거예요?

다 손으로 채색했어요.


작업을 하면서 손상되지는 않았나요?

한지가 질기고 톤이 좋아요. 특히 조명을 받았을 때 되게 예뻐요. 빛을 흡수하는 질감이 좋아서 매력 있어요.


『짱뚱이네 집 똥황토』에서 진욱이는 한 두 컷 밖에 안 나오는데, 어떻게 캐릭터를 만들었나요?

진욱이를 공주 옷을 입혀가지고 같이 연극하는 장면이 3권에 있어요. 저는 그 에피소드가 너무 좋았거든요. 윤지랑 이거 너무 꼭 넣고 싶다. 그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들을 가지고 각색을 했어요. 왜 어릴 때도 아픈 동생이나 이런 걸 알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이렇게 놀면서라도 어떤 역할도 주고 “사실 너는 마법에 걸린 거야” 이런 설정들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진욱이의 외모는 어떻게 만들었나요?

만화 보면은 진욱이가 굉장히 예쁘고 특히 엄마 아빠가 동생이 아프니까 더 더 신경도 많이 쓰고 예쁜 옷도 많이 입혔다고 나와 있거든요. 짱뚱이는 볼도 빵빵하고 옆으로 돼 있으면 진욱이는 진짜 이쁘장한 대신 여린 느낌이 나게. 만화 그림체가 귀엽긴 한데, 사실적인 느낌이 난다고 해야 되나요. 스톱모션 디자인이랑 또 달라서 참고만 했어요.



애들 눈이 유난히 반짝거리더라고요.

촬영할 때 최대한 아이 라이트(eye light)를 살리는 조명을 하려고 해요. 그게 없으면 뭔가 죽어 있는 듯한 탁한 느낌이 들어서 눈동자는 코팅을 해서 라이트가 잘 묻을 수 있게 해요.


호원: 부분 조명을 쓰나요 아니면 전체 조명을 했나요?

클로즈업이나 가까이 다가갔을 때 필요하면 부분 조명을 쓰고 대부분은 실제 조명 빛이 묻을 수 있게끔 쓰는 편이에요. 원래 촬영할 때 저희는 반사판을 많이 써요. 저희가 조명이 많이 없어서 제한된 조명으로 하다 보니까 반사판 겸 필 라이트(fill light) 하나를 눈동자에 묻을 수 있게끔 했어요.


“2D 디자인과 3D 사이에 갭이 크거든요”


퍼펫 만들기 전에 유토로 모델 만들잖아요. 그거는 왜 하는 거예요?

꼭 해야 되는 작업이에요. 2D에서 스톱모션 3D로 만드는데, 2D 디자인과 3D 사이에 갭이 크거든요. 다들 해석하는 게 달라서 꼭 유토로 만들어보고 거기서 찾은 매력들을 3D 캐릭터에 그대로 담을 수 있게 해요. 유토랑 3D 최종 스톱모션 캐릭터도 느낌이 달라요. 유토로 만들어 준 친구가 조소를 되게 잘해요. 



그냥 유토 이미지가 좋아서 하는 거 아니에요?

아니요. 아니요. 아니요. 아니요. 전혀. 그게 엄청 달라요.


타이트한 제작 여건을 봤을 때는 생략해도 되는 과정이 아닌가 싶단 말이죠.

저는 아무리 바빠도 그 과정은 꼭 해야 되는 것 같아요. 3D 모델링으로 만들면 그 느낌이 다 달라요.

짱뚱이도 실패작들이 많아요. 두께감이나 이런 작은 것들이 캐릭터성을 좌지우지하거든요. 그래서 유토를 보면서 설명을 하는 거죠. 여기는 이런 곡선이 나오면 좋겠다. 그게 기준이 돼요.


유토를 바탕으로 3D 모델링을 하고 3D 프린팅을 해서 외형을 만들고 거기다 텍스처를 입히는 거죠.

그렇게 만들었는데 너무 캐릭터성이 안 나오는 거예요. 두께나 눈 위치가 조금 달라도 앵글별로 유토에서 느껴지는 거랑 너무 다른 거예요. 안 된다. 이렇게 가면 망한다. 또 한 번 조정을 해서 그나마 좀 비슷하게 만들었어요.


기본 입술은 붙여놓는 거예요.

프로토타입은 붙여놓은 거고 촬영할 때 핀으로 갈아 끼우는 거예요.  


프로토타입은 캐릭터당 하나씩 만드는 거예요. 크기는 어떤가요?

네. 실제 사이즈랑 똑같아요. 이번에는 한 12~15cm 정도로 만들었어요.


저희는 뼈대도 직접 만들거든요.


금속 샌딩까지 하시는 거예요.

저희 아버지께서 기계 제작을 하시는 엔지니어이셔서 뼈대에 사용되는 금속 부품 제작 요청을 했어요. 했어요. 그 부품들을 캐릭터 제작 팀장님이 깎고 조립해서 아마추어라고 하는 뼈대로 만들었어요.


농담처럼 토템이냐고 했지만 보이고 만져지니까 작업을 할 때 캐릭터의 분위기를 실질적으로 느낄 수 있고 정감도 생길 거 같아요.

맞아요. 라이트가 어떻게 묻는지도 볼 수 있어서 좀 더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어요.


언제부터 유토 프로토타입을 만드신 거예요?

<빅 피쉬> 때부터 만들었어요. 수치 같은 것들도 정확하게 재서 3D에 올려놓고 작업을 했어요.


이런 과정은 중앙애니메이션에서 배우신 거예요?

픽사에서도 <토이 스토리>나 이런 거 할 때 유토로 만들어서 라인을 만들었잖아요. 그걸 보면서 왜 이렇게 할까 했었는데 <빅 피쉬> 할 때 해보니까 알겠더라고요. 저희는 카메라 테스트도 많이 하잖아요. 세트 만들 때도 그냥 판때기 세워놓는 것보다 입체로 보면 얘네들이 어떤 느낌을 주는지가 완전 달라요.


유토를 만들어주시는 분은 <빅 피쉬> 때부터 같은 분이에요?

<엄마의 땅> 할 때 세트 팀장 했던 친구가 했어요. 손형주라고 사촌 동생이에요. <빅 피쉬> 할 때는 윤지랑 캐릭터 팀장님이 만들었었어요.


“60년대 다르고 70년대 다르고 70년대도 전과 후가 다르고”


짱뚱이가 원작보다 나이가 더 있어 보인다고 했잖아요. 오프닝 일기가 73년 4월이고 조남이가 새끼를 물어 죽인 게 76년 8월이에요. 그 나이대는 변화가 엄청 크잖아요. 몇 살 때로 설정하신 거예요?

제가 설정한 거는 74년이었나. 세트를 만들려고 보니까 너무 어려운 거예요. 제가 그 시대에 안 살았으니까. 부모님이나 오작가님께 여쭤보고 알게 된 거는 60년대 다르고 70년대 다르고 70년대도 전과 후가 다르고 80년대 다르고, 다 다르다는 거예요. 60년대와 70년대는 차이가 꽤 많이 나더라고요. 거기 나오는 전화기나 살고 있는 집이나 이런 것들을 설정할 때 70년대 초반 중반쯤이겠다고 설정을 했어요. 당시에 짱뚱이가 초등학교 2학년이고 진욱이는 한 살 터울로 뒀어요. 원래는 1학년에 들어가야 되지만 못 들어간 거죠. 원작 캐릭터는 거의 2등신이잖아요. 움직일 수 있어야 해서 3등신 정도로 설정을 했습니다.


호원: 70년대 소품은 따로 자료 조사하셨어요?

저도 제작진들도 어머니한테 물어봤어요. 70년대에 이런 게 있었냐 썼냐 어떤 형태였냐. 


호원: 짱둥이가 신문으로 고깔을 쓰잖아요. 완전히 70년대 신문으로 보여서 꼼꼼하게 찾아봤겠구나. 소품 만드는 게 진짜 재밌었겠구나.

맞아요. 그때대로 다 세트 제작 팀장님이 맞춰서 리서치해서 자문을 멀리서 안 하고 다 부모님들. 기억하시더라고요. 몇 살 때 이런 게 있었다. 몇 살 때는 이런 지붕이었고 몇 살 때 이후로는 갑자기 슬레이트로 다 바뀌었다. 



호원; 그거 잘못 잡으면 가전제품이 70년대 라인이랑 60년대 라인이랑 80년대 라인이 섞여버리기도 하는데.

도시가 다르고 농촌이 다르고 그게 있더라고요. 제주도에 무슨 박물관 하면서 온갖 시대 물건들 갖다 놨잖아요. 안 맞는 것들이 보이는 거예요. 이게 막 뒤섞여 있네. 구조도 뭔가 안 맞고 그래서 그렇게 안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똑같이 한지로 만들었는데도 톤이 달라요”


배경 보니까 전체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다 보여주시려고 한 것 같아요. 황토가 태어나고 같이 즐거운 시간 보내고 사라지고 기다리는 기간을 1년 정도로 작업을 한 건가요?

딱 그 1년이 담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만들고 싶은 것들은 많았는데, 제작비나 여건이 부족해서 다 담을 수가 없는 거예요. 마을을 만들 수도 없고 다른 친구 집을 만들 수도 없고. 시골 보면 집이 뚝뚝 떨어져 있잖아요. 잘 됐다. 집 앞에 나무 한 그루가 있어서 집의 사계절이 보이는 구성 안에서 짱뚱이가 성장하는 과정이면 어떨까 생각을 했어요. 세트를 집 그리고 큰 나무가 있는 곳 그다음에 갈대밭을 만들어서 그걸로 다 했어요.


계절이 바뀔 때 나뭇잎 색깔이 바뀌는데, 다른 걸 붙었을까 아니면 후반 작업으로 색만 바꿨을까 궁금했어요.

다 떼서 다르게 붙였어요. 그래서 눈 오는 장면을 제일 마지막에 찍을 수밖에 없었어요.



혹시 <별을 담은 소년>이나 다른 작품에서 썼던 세트나 소품을 재활용한 건 없나요?

저희도 재활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똑같이 한지로 만들었는데도 톤이 달라요. 아무리 시골집이라고 해도 조선 후기에 만든 집이랑은 다르더라고요. 그림체가 달라서 쓸 수 있었던 거는 장독대 밖에 없었어요.


호원: <엄마의 땅> 촬영 환경에 비해서 축소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첫 장면부터 한국의 들판 풍경은 내가 접수한다라는 식으로 쫙 보여주신 거 보면서 공들여서 들판을 표현하신 것 같았어요.

세트로 다 만들 수 없는데, 시골 가면 탁 트이는 느낌을 표현을 하고 싶은 거예요. 이거는 짱뚱이의 그림 일기 같은 걸 수 있겠다 생각해서 2D로 표현을 했어요.


호원: 중간중간에 들녘이 바람에 흔들리는 거 보면서 한정된 것 안에서도 표현을 한 것이 보였어요.

표현이 제한돼 있는 부분이 많은데, 그래도 꼭 넣고 싶은 것들을 넣었어요.


작업들은 다 한 장소에서 하셨어요? 

캐릭터랑 방 세트 같은 건 나주에서 만들고 큰 집이나 촬영은 부산에서 다 했어요.


촬영 스태프들이 부산에 계셔서

네, 스태프분들의 환경에 맞출 수밖에 없어요.


“황토는 과연 어떤 모습을 꿈꿨을까”



조남이랑 황토는 어떻게 만든 거예요?

조남이는 황토 어미 개인데 황토보다는 좀 더 크게 만들었어요. 걔가 임신한 상태와 아닌 상태를 보여주려고 안에 솜을 넣었다 뺐다 할 수 있게. 또 조남이랑 황토가 제일 닮게 했어요. 그래서 짱뚱이가 황토를 키울 때 조금 더 조남이를 연상할 수 있게끔. 다른 애들은 막 색깔이 다르잖아요. 황토랑 조남이는 색깔이 제일 비슷하거든요. 짱뚱이가 자기가 친구들을 불러다가 자랑하느라고 조남이가 세상을 떠난 것 같다는 죄책감이 들잖아요. 


호원: 조남이가 출산을 하고 짱둥이가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구경시키다가 한 친구가 조남이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조남이가 원작에 안 나온 행동을 할 뿐만 아니라 조남이 스스로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걸 보면서 되게 충격이었어요. 찾아봤더니 원작에서는 이런 식으로는 처리를 안 했어요. 결국은 연출자 입장에서 스토리에다 조남이의 행동 그다음에 조남이의 스트레스를 반영을 하신 거죠.

만화책 보면은 조금씩 다르거든요. 개를 여러 마리 키우셨던 것 같기도 하고 헷갈리셨을 수도 있는데, 키우던 개가 쥐약을 먹고 죽어버리는 일도 있었거든요. 엄청 게거품 물다가 죽었다는 내용이 있었어요. 저희 어머니 말씀도 들어보면 어릴 때 집집마다 개를 키웠는데 갑자기 개장수가 가져가 버린다거나 개들에 대한 스토리가 꼭 있더라고요. 원작에서 조남이의 원치 않는 죽음이 있었고 그거를 짱뚱이가 보고 죽음에 대한 뭔가를 느꼈기 때문에 연결을 했어요.


호원: 원작은 황토가 안 돌아와서 너무나 슬픈 이야기인데, 감독님이 만든 애니메이션에서는 황토가 돌아오거나 돌아온다는 희망이 있는 대신 조남이를 보내는 슬픈 지점을 앞으로 가져왔어요. 작품 전체에서 감정선을 어디다 배치할 건가 문제인데요.

원작에서 황토가 돌아오지 않고 끝나버리잖아요. 그 부분이 충격이기도 하고 기대랑 달랐던 부분도 있었는데, 이야기를 쓰면서는 갑자기 이별을 하게 된 황토 입장이 궁금했었어요. 황토는 과연 어떤 모습을 꿈꿨을까. 엔딩신 전에 “꿈을 꿨습니다” 하고 다 같이 나와서 줄넘기를 하잖아요. 황토는 사냥꾼 아저씨랑 가서 어딘가에 있을 텐데 황토가 희망하는 재회의 모습을 한번 마지막에 넣어보려고 했어요.



호원: 이 작품 보면서 눈물 포인트들이 막 있는 거예요. 불편한 동생도 있고 조남이랑 황토도 있고 그래서 짧은 작품인데도 감정선이 요동을 치겠구나. 만드는 입장에서는 증폭을 조정해야 되잖아요. 특히 원작에는 없었던 설정도 그렇고 우리가 생각했던 요나의 스토리 정서에 비해서 <똥황토>는 부모 입장에서 볼 수 있는 지점이 더 많아진 것 같아요.

어린이들 보는 게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연령층이 낮은 애니메이션을 만들려고도 고민을 하는데 제가 그런 순수함이 없나 봐요. 그냥 만화책을 봤을 때 제가 느꼈던 거를 그대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어릴 땐 몰랐는데 커서 보니까 나이가 든 짱뚱이가 어릴 때를 회상하면서 그린 만화 같더라고요. 


“아, 러브라인이”


호원: 그렇게 심금을 확 찌르는 지점도 있었지만 이제껏 감독님 필모에서 제일 재밌는 지점도 있었어요. 짱뚱이랑 봉식이 사이에 미묘한... 

아, 러브라인이 (웃음)


눈꺼풀이 반쯤 내려와서 느끼하게


호원: 재미 포인트를 드디어!


러브라인도 만화 있는 건가요?

없어요. 근데 왠지 만화 보면 계속 봉식이가 나오고 둘이 어울려 다니고 봉식에 대한 묘사를 많이 하거든요.


작가님이 봉식이를 좋아했던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나요?

여쭤봤는데 전혀 그러진 않으셨대요 “혹시?” 이렇게 물어봤는데 “전혀! 무슨 소립니까” 이러셨는데, 저는 그냥 제삼자 입장에서 각색을 하고 싶은 대로 한 거죠.


황토 엄마 아빠 얘기가 나오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애들 연애까지 이어진 건가요?

처음부터 이 둘은 우정 그 이상의 느낌을 있지 않을까. 원작에도 다른 애들은 걔는 싫다 이런 정도인데, 봉식이는 구체적인 묘사들이 계속 나오거든요. 그러면은 좀 친했겠다. 그 당시에 친하게 지내면 괜히 손도 한번 잡아보고 싶고 그런 느낌 있잖아요. 


그러려면 봉식이가 좀 더 잘생겨야 될 것 같은데

봉식이가 잘생겼지 않아요?


잘생긴 느낌은 없고 뒤에 안경 쓴 친구 나오잖아요. 혼자 서울 애 같고 다른 시대에서 온 것 같은 애요.

이름이 안경태인데, 걔는 그 당시에 안경을 쓴 거 보면 집도 잘 살겠죠. 짱뚱이는 그 친구들이랑 잘 어울리고 싶고 그러니까 자랑하고 싶고 한 거죠. 입은 옷들을 보면 여자애도 조금 예쁘고 읍내에 살 것 같이 입고 있는데, 다른 친구들은 빡빡머리에다가 그런 계급 차이가 있는 것처럼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 시절에 아이들이 느꼈을 감정들이 뭐였을까 “


원작에도 세상의 비정한 면에 대한 얘기가 있잖아요. 애니메이션에서는 추악한 잔인함 대신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을 선택했어요.

어린아이들이 죽음에 대해서 궁금해하거나 짧지만 거기에 대한 느낌을 적어놨잖아요. 얼마 전에 윤지랑도 그 얘기했는데, 잠자리가 참 반갑기도 한데 무섭다. 어릴 때는 잠자리들 싸움시키고 막 머리 떼고 꼬리 떼고 그런 잔인한 짓을 많이 하는 걸 봤잖아요. 그러고 나니까 이제 그때부터 곤충들이 무섭고.


죄책감인가요?

저는 그렇다고 봐요. 잘 알지 못하는데 애들이 막 웃으니까 갑자기 거리감이 느껴지거나 다음부터는 다른 놀이를 하고 싶다거나 이런 마음이 서서히 들었던 경험이 있어요. 그게 지나고 보면  알게 모르게 죽음에 대한 고민을 했던 건가 싶기도 해요. 제 경험이 원작과 더해져서 나오는 걸 수도 있겠고. 딱히 의식하면서 그거를 쓰지는 않는데, 분명히 원작에 그런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담긴 게 아닐까요?


호원: 조남이가 새끼를 문 장면이 충격이었던 게, 어미 개가 자기 새끼를 문 것도 있지만 짱둥이가 자기 친구를 원망을 하고 계속 죄책감을 갖는 포인트가 생긴 거예요. 이건 감독님 작품에서 이전까지 없었던 갈등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당시에는 나는 아무 잘못 없다고 느꼈지만 자기 전에 그게 생각나고 비슷한 어떤 순간이 왔을 때 또 생각나서 그 자리를 피하게 된다거나 그런 부분들이 원작에 잘 나와 있어서 나도 이런 경험이 있었는데 공감하면서 썼던 것 같아요.


호원: 짱둥이가 어떤 이야기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감독님 작품을 통해서 먼저 접하다 보니까는 약간  충격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이전까지는 애니메이션에서는 <안녕 자두야> 아니면 <검정 고무신> 딱 그 두 개밖에 선택지가 없었으니까.

그래서 시리즈나 다른 방향으로 확장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겠다 생각했어요. 완전 아이들이 보기에는 무게감이 있을 수도 있고 그렇다고 가볍게 표현을 하기에는 그런 작품은 이미 <검정 고무신>도 있고 하다 보니까 어려웠어요.


쓰면서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자연이 좋은 거야’ ‘이때로 돌아가야 돼’ 이런 느낌이 아니라 그 시절에 아이들이 느꼈을 감정들이 뭐였을까 그런 게 전달이 되면 좋겠다.


호원: 개인적으로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한테 어느 순간 세상의 어두운 면과 쓴맛에 대해서 얘기를 해줘야 한다는 고민이 너무나 커요, 감독님이 이거 만드실 때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졌으니까 삶의 그러한 문제가 입체적으로 고민되는 시기였을 것 같아요.

요즘 그 고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표현하는 거를 너무 겁내면 안 되겠다”


호원: 처음 시작을 이정호 PD님께서 제안을 하셨다고 얘기를 하셨는데, 완성되고 보셨어요?

홍대 상상마당에서 펀딩 상영할 때 초청드렸어요. 원래 2D로 하시려고 최민용 작가님이랑 제작을 하셨는데 결국에 무산됐었어서 오래 걸리긴 했지만 완성을 해낸 게 되게 좋다고 하셨어요.


호원: 작가님 입장에서도 다양한 감정이 들었을 것 같아요. 원래는 파트너가 그림을 그렸어야 되는데, 갑자기 몸이 안 좋으셔가지고 만화에서 그림책 포맷으로 바뀌었고 만화가 아니라 애니메이션이라는 새로운 비주얼 이미지로 만나면서 또 다른 생명을 갖게 됐죠.

진희 작가님께서 지지를 많이 해주셨어요. 진짜 작업에 대해서 터치를 안 하시고 "젊은 친구들이 뭔가 만들려고 하는데 돈 많은 누군가가 투자해주면 좋겠다" 말도 화끈하게 하시고 엄청 솔직하신 분이어서 좋았어요.


작가님은 완성된 거 보시고 뭐라고 하셨어요?

좋았다고 하시고 바로 아쉬운 점도 얘기하셨어요. 얼마 전에 부산에 오셔서 수정된 거 보여드렸어요. 두 번 보니까 더 확신이 생기는 것 같다고 또 그 얘기하시는 거예요. "누가 투자 해주면 좋을 텐데."


호원: 딱 한 번만 봐도 다 이해가 되는 작품이 있는데, 이 작품은 두 번은 봐야지 안 보였던 것도 보이고 이야기 유니버스 안에서 즐길 수 있어요.

사람들은 딱 한 번밖에 안 보지만 가끔은 저도 생각나서 한 번 더 보면 이게 이런 얘기였나 하는 때가 있거든요. 그런 걸 만들고 싶어서 글 쓸 때는 그 부분을 많이 고민했어요.


호원: 아픈 동생 캐릭터를 어떻게 보여줄지를 고민을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불쌍하다고 하면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얘는 아픈 아이야. 연출자 입장에서는 제일 고민을 했던 캐릭터가 아닐까.

있는 그대로 얘기하면 장애가 있는 아이고 약자일 수밖에 없고 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오진희 작가님이랑도 얘기했고 직접 장수에 가서 오진희 작가님 아버지 오강선 선생님도 만나 뵀었거든요. 그 선생님도 엄청 건강하시고 기억력도 너무 좋으셔서 얘기를 막 해 주시는 거예요. 되게 이쁨을 많이 줬다. 신경도 많이 썼고 공부도 잘했다 그런 얘기들이 도움이 많이 됐어요. 장애가 있지만 아버지한테 똑같은 딸들이더라고요. 그래서 표현하는 거를 너무 겁내면 안 되겠다. 몸이 아프긴 했지만 똑똑하고 주변에 어떤 상황인지 관찰하고 눈치도 빠른 캐릭터라고 생각했거든요. 평소에는 조용히 하다가 뭔가  불편한 상황이나 자기 때문에 뭔가 있을 때 어린아이지만 먼저 나서서 그거를 풀어내는 캐릭터일 것 같다 생각을 했어요.



봉식이 이상으로 어른스럽잖아요. 짱뚱이만 어리고 다 어른스러워.


호원: 조남이의 문제도 짚어내고 얘를 통해서 또래 아이들의 어떤 죄책감이라는 것도 만들어내고 동생의 불편함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해서도 다 집어넣고 하니까 그래서 이 작품은 두 번 봐야지 비로소 접수가 되는 거예요.

저도 되게 조심스러웠는데, 오작가님이 "진욱이는 성격도 아주 독해 미국 가서 가서 뭐 하고 뭐하고" 자랑스럽게 얘기도 하시고 "지금 연락해도 연락도 잘 안 해" 동생한테 뭐라 뭐라 하는 걸 보면 가족들 내에서는 인간 대 인간으로 편하거나 그들 나름대로도 불평불만이 있어서 재밌었어요.


후기에 미국 가서 뭐 하고 있다 나오는 그림체는 원작 거예요.

텍스트도 그냥 그대로 썼어요. '만화가 원작입니다 그리고 실화 베이스입니다'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중에 한 명이 되면 좋겠다”


짱뚱이가 주인공이지만 황토도 있고 진욱이도 있고 포인트가 세 군데인 것 같아요.


호원: 어떻게 보면 신영식 선생님, 돌아가신 창작자에 대한 이야기가 전체를 감싸기도 하고 그래서 여러 번 볼수록 레이어들이 보여요.

짱뚱이 시점이지만 짱뚱이가 만나게 되는 관계들이 계속해서 쌓여갔으면 좋겠다. 다 끝나면 짱뚱이는 이랬구나가 아니고 짱뚱이 주변 인물들을 다 알게 되는 거죠. 끝에 다 같이 놀잖아요. 그중에 한 명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마지막 신을 넣었어요. 1차 완성본은 꿈에서 끝나요. 제작진들이 지치니까 이렇게 끝냅시다 하는 분위기가 있었어요. 


근데 진짜 힘들긴 하지만 마지막 신이 있어야 될 것 같다 그래서 잠깐 제작 멈췄다가 눈 오고 애들 왔다가 가고 마지막 신까지 추가 촬영을 해서 끝냈어요. 원래는 꿈에서 끝나는 걸로 결과물을 제출했거든요. 막상 완성아닌 완성을 하고 나니까 다들 힘이 좀 빠진 거예요. ‘이대로도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데, 괜찮은데 했는데’, 결국 더 찍었죠.


어떻게 설득했나요?

어차피 촬영을 제가 해야 돼서 (웃음)


영진위 제작지원이 4월쯤 결정이 되고 제작 기간은 1년 6개월인가요?

추가 촬영까지 거의 2년이었어요. 오래 걸린 이유는 <엄마의 땅>이 안 끝나고 제작이 계속 늘어나서예요. <엄마의 땅> 마무리하면서 저는 기획이랑 글을 계속 수정하고 조금씩 제작에 들어가고 있던 상태였어요.


호원: 원작이 이미 여러 편이 있고 캐릭터들을 만들어 놓으셨는데, 스톱모션은 만들어 놓으면 한 번만 쓰기에는 아깝잖아요. 한 편 더 하실 생각은?

실제로 몇 개 더 만들긴 했어요. 근데 제작비를 해결해야 돼서 본격적으로 만들지 못했어요. <짱뚱이네 똥황토>를 만들어서 과연 이게 가능성이 있을까를 보고 싶었어요. 그전에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나 그때그때 뭔가를 만들고 싶었다면 이제는 현실적으로 이걸 계속 이어나가려면 어떤 게 필요할까 고민해요. 분명 좋은 정서가 있고 가능성이 있더라도 대중들이 열렬히 원하지 않는다면 규모를 갖기는 어려운 일 같아요. 아날로그 필름이 더 이상 생산되지 않지만 아직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있는 것처럼 그런 선이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몇 편 더 만드신 거는 어떤 건가요?

만화책 보면 우뭇가사리 편이 있어요. 우뭇가사리를 먹으면 소화가 잘 안 돼가지고 그대로 변으로 나오는데, 옛날에 조선시대에 가난한 선비가 우뭇가사리를 들고 한양까지 가서 과거에 합격해서 오는 내용을 3~4분짜리로 만들었어요. 유튜브나 이런 데 가볍게 올릴 용도로 아기들 옛날 놀이나 동요를 숏폼 형식으로 두 편 만들었어요.

 

인터뷰 2024년 7월 26일 @ 구의동

진행: 이경화, 나호원 / 정리: 이경화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