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AsiaRoad_Hot Buns
2022년 서울인디애니페스트에서 <성교육 같은 소리 하네 To Kill the Birds & the Bees> (2021)로 성에 대한 싱가포르 사람들의 생각을 어린이와 청소년, 주부의 입장에서 그렸던 칼린 코가 교묘한 손이 탱글탱글한 엉덩이를 유린하는 <핫 번즈 Hot Buns> (2022)로 돌아왔다. 데뷔작 <섹시 스시 Sexi Sushi>(2020)부터 추구했던 도발적인 코미디의 기세가 한층 맹렬해졌다. 그가 의뭉스러운 세상에 던진 도전장은 관객에게 건네는 초대장이 되었다.
,<핫 번즈>는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성교육 같은 소리 하네>로 싱가포르 국내 공모전(전국청년영화상)에서 수상해서 이전 공모전 후보자들에게만 자격이 주어지는 멘토쉽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죠. 거기서 <핫 번즈> 아이디어를 발표했고 작품 개발을 지도해 줄 애니메이션 멘토 <여동생 Sister> (2018) 송 쓰치 감독에게 뽑힌 거예요. 솔직히 작품 스타일이 엄청나게 다른데, 제 발표가 뽑혀서 너무 놀랐어요. 하지만 영원히 감사할 거예요!
양극화된 사회를 두 종족으로 표현했어요. 이 주제에 집중하게 된 동기가 있나요?
코로나 19 봉쇄 기간에 저는 평소보다 휴대폰을 훨씬 더 들여다봤어요. 어째선지 이 기간 동안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는 양극화된 상황이 지속적으로 쏟아졌어요. 격렬한 사회 운동 같은 거창한 일이든, 공인에 대한 논란이든, 일상적인 인터넷 논쟁 같은 사소한 일이든 이 기간에는 항상 많은 일이 일어나는 것 같았어요.
이런 것들을 둘러싸고 수많은 질문이 떠올랐고 요즘 사람 대부분이 경험했을 미디어 서커스라는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제 소셜미디어 피드의 사람들은 온갖 것들에 대해서 자판으로 에세이를 쓰고 또 쓰고 많은 사람들이 누가 더 “맞는" 윤리적 입장인가 싸워댔어요. 처음에는 최신 뉴스를 따라잡는 것이 재밌었지만, 반복되니까 지치더라고요. 결국에는 온라인에 게시되는 수많은 콘텐츠가 이런 대화의 실제 대상들에게 영향을 줄까 궁금해졌어요. 제대로 해결된 게 있기는 한가, 아니면 사람들을 즐겁게 해 준 오락거리였을 뿐인가? 사회 운동이 미디어 서커스로 실제로 이득을 얻거나 손해를 입었나?
2017년에 싱가포르에서 제 고등학교에서 만든 작업으로 논란이 일어 제 자신이 미디어 서커스의 대상이 된 적이 있어요. 저는 다행히도 온라인으로 공동체의 지지를 엄청나게 받았어요. 하지만 18세에게는 압도적이고 스트레스가 심한 경험이었어요. 제 말이 왜곡되거나 오해받지 않도록 무슨 말이든 매우 조심해야 했어요.
<핫 번즈>는 동물권이나 채식주의 운동도 떠오르게 해요.
혼돈러운 세상을 풍자하는 허구의 세계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핫 번즈>를 위해 확실히 이런저런 것들을 엄청 조사하고 만들었지만, 말씀하신 두 가지는 확실히 제 기준점에 있었습니다! 질문에 답하자면, 저는 동물애호가이자 고기 러버예요… 😅
<핫 번즈>를 만들면서 가장 힘든 점이 뭐였나요?
스타일 개발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아요. 저는 사실적이면서도 귀엽게 보이길 원했거든요. 더 깜찍한 손 그림 스타일이었던 이전 작품에서는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스타일이었어요. 엉덩이가 산채로 불타는 걸 보여주는 부분에서 사실적인 텍스처가 정말 필요했어요. 그 장면에서 엉덩이의 고통을 포착하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사물을 묘사하는 데 더 많은 창작의 자유를 가질 수 있도록 전반적인 스타일은 재밌었으면 했어요. 스타일에 맞게 사진 합성을 하는 방법을 찾느라 많이 고생했어요. 그런 스타일에서 애니메이션을 어떻게 뽑아낼까, 엉덩이와 손을 여전히 구미가 당기게 하면서 얼마나 사실적으로 묘사할 수 있을까. 어느 지점에서는 스톱모션을 쓰려고도 했었지만 작품 마감이 3개월 반이었기 때문에 시간이 쫓겼어요. 같이 작업한 재능 있는 팀의 도움으로 툰붐에서 엉덩이 리그를 생각해 냈고 이어서 저의 회화적인 캐릭터디자인 스타일에 따라 2.5D의 반 사실적인 모습이 되었어요.
또 그린 스크린 룸에서 촬영한 의상을 만들고 우리 손을 장식하고 실사 영상 푸티지와 애니메이션 소스를 합성해서 최종 이미지를 완성했어요. 작품에 등장하는 손은 대부분 제작진들의 손이고 일부는 사진 합성된 움직이는 디지털 소스에예요.
싱가포르에서 애니메이션 작가로 살기는 어떤가요? 독립 작품을 어떻게 만드나요?
싱가포르에서 애니메이션 작가로 사는 건 하드 모드로 사는 것과 같아요. 작업량도 많고, 근무 시간도 길고 급여는 겨우 생활비를 댈 수 있을 정도죠. 저는 아주 운 좋게도 제 독립 프로젝트를 창작하는 데 멘토십 프로그램 같은 영화와 청년 공동체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어요. 앞서 말했듯이 <핫 번즈>는 종잣돈으로 10,000 싱가포르 달러(약 960만 원) 지원을 받았어요.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비를 지원하거나 지역 스튜디오의 제작 지원을 받거나 하는 방법도 있어요. 독립영화 제작을 성사시키는 것은 대단한 공동 노력이에요. 많은 참여자들이 독립영화를 만드는 데 따르는 제약과 창의적인 성취감을 이해하기 때문에 이러한 작업을 관대하게 지원하신다고 생각해요. 독립영화 한 편을 만들려면 정말 엄청난 열정과 공동체의 희생이 필요해요.
<섹시 스시>와 <핫 번즈>에서 관객들은 의인화된 음식을 만나게 됩니다. 음식을 의인화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혹시 미식가인가요?
저는 정말 음식을 사랑해요. 음식을 보는 것부터 요리 영상을 보는 것과 음식을 그리고 먹는 것까지요. 음식은 문화적인 참조점으로서도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음식이 준비되고 서빙되고 디자인된 방식이 삶의 질과 한 나라의 문화나 그 뒤의 사람들에 대해 많은 걸 알려줍니다. 여행과 세상을 더 배우길 좋아하는 사람에게 음식은 그것을 유래한 사람들을 아주 잘 반영해요.
도덕적인 금기에 도전하고 싶어서 코미디와 성적인 요소를 즐겨 활용하는 건가요?
맞아요! 제가 학생이었을 때 싱가포르 학교에서는 성인 주제나 성적인 이미지를 그리는 애니메이션 작품이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내가 그런 걸 실험하고 무사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어요. 어느 순간 저는 이곳의 사람들이 왜 이런 요소들을 자기 작업에 담지 않는지, 이걸 활용해 내 작업으로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가 뭔지 더 비판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특히 본질적으로 어둡거나 무거운 주제라면 사람들은 코미디 작품에 더 끌린다고 느껴서 코미디를 즐겨 쓰게 돼요. 제 철학은 관객들이 시간을 내어서 작품을 보러 오시는 거니까, 좋은 시간을 보내도록 하고 싶다는 거예요.
최근엔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칼아츠 실험애니메이션 석사과정을 준비하고 있어요. 영화제작에서 새롭게 발견한 제 목소리를 계속 밀어붙이려고요!
최근에 많은 시리즈를 보고 있는데, 가장 최근에 마음에 든 건 <최애의 아이 Oshi No Ko> 예요. 제가 정말 좋아했던 <퍼펙트 블루>를 생각나게 해요. 시리즈의 줄거리는 기본적으로 두 명의 오타쿠들이 가장 좋아하는 아이돌의 아이로 다시 태어난다는 거예요. 건전하고 미친 것에서 어두운 방향으로 바뀌어요. 저는 이런 강력한 메시지가 도출되는 스토리텔링을 추구하고 있어요.
다음 프로젝트는 뭘까요?
몇 달 전에 (<핫 번즈>에서 모든 손들과 <성교육 같은 소리 하네>의 인형 목소리였던) 파트너와 TV 시리즈 기획을 개발하고 있었어요. 하게 된다면 무지 재밌을 거예요. 아직 다음 단계에 대한 소식을 기다리는 중이라 그게 뭔지 공개하기는 일러요. 잘 되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저는 서울에 두 번 가봤어요! 제가 좋아하는 여행지 중에 한 곳이죠. 홍대와 많은 역사 및 자연 명소를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해요! 게다가 한국의 빛은 카메라로 찍으면 뭐든 보기 좋게 만들어줘요. 싱가포르의 하늘도 같은 축복을 받으면 좋겠어요.
<핫 번즈>를 보시는 한국의 관객분들이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제가 만든 이상한 영화 중 제일 이상해요. 화면에 뭐가 나오든 사람들을 웃게했으면 하는 바람뿐이에요.
서면 인터뷰 2023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