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 JEON Seungbae
주중엔 어린이날이 주말엔 어버이날이 있던 주의 마지막 날, 가족에 대한 사랑을 담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건전지 아빠>(2021)를 마치고 그림책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전승배 감독을 만났다. 강인숙 작가와 함께 만든 첫 번째 그림책 『쿵쿵 아파트』(2020)는 <토요일 다세대 주택>(2018)의 압축판이다. <두 소년의 시간>(2015), <다녀오겠습니다>(2014), <무슨 일이야?>(2008)와 소실되어버린 졸업작품 <바보상자>(2004)까지 시간을 역주행하면서 손 끝에서 탄생한 주민들의 이야기와 장난감 마을 개발 구상을 경청했다.
또 하나의 가족
2021년 1월 30일 인스타그램에 <건전지 아빠>의 트레일러를 공개했습니다. 현재는 어떤 작업을 하고 있나요?
(애니메이션) 작품은 끝났고요. 지금은 작품을 기반으로 해서 그림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더미북을 만들어서 그걸 기준으로 한 컷 한 컷씩 찍고 있어요.
애니메이션 영상을 쓰지 않고 다시 촬영하는 건가요?
보통 비디오 사이즈가 1920x1080 이잖아요. 근데 그림책은 판형이 달라서 다시 촬영해야 해요. 그리고 이야기를 압축하고 함축적으로 담아야 해서 다시 촬영했어요. 그림책은 6월 중에 끝날 것 같아요.
<건전지 아빠>는 어떤 작품인가요?
가족 에너지, 가족의 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건전지는 1.5볼트 작은 힘이지만, 자세히 보면 우리 주변에서 열도 내고 있고 소리도 내고 있고 빛도 내고 있더라구요. 우리 삶의 다양한 곳에서 일하는 건전지를 가지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 해보고 싶었어요.
무선충전, USB 충전 시대에 건전지는 향수 어린 아이템 같습니다.
시대가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건전지 제품들이 많이 남아 있어요. 예를 들면 애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라든지, 손전등, 체온계, 알람시계, 도어락 같은 경우에는 아직 건전지가 들어가거든요. 지금도 전해지고 있고 사용되고 있는 건전지를 보면서 마치 시대를 이어주는 소품 같기도 했어요. 그래서 그 소품을 가지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하면 좀 더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작품을 만들게 되었어요. 어릴 적에 여름이면 아버지 따라서 계곡에 종종 놀러 가고 했었는데, 그 공간이 작품에 반영이 됐어요. 가장 큰 개인적 경험이라면 애들 키우면서 장난감을 많이 접하게 됐는데, 건전지 닳으면 장난감 작동이 안 되잖아요. 새 건전지 끼워주면 한동안 잘 가지고 노는데, 그때 안에 들어있는 건전지가 육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게 이번 작품의 시작점이 됐던 것 같아요.
건전지 아빠 말고 다른 건전지도 등장하나요?
사람 가족과 건전지 가족이 나와요. 집안에서 사는 건전지 이야기거든요. 우리 삶과 닮아 있는 건전지 가족의 모습을 그리면 좀 더 와 닿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구성을 해봤어요.
가까운 이웃
<토요일 다세대 주택>은 층간 소음으로 갈등을 겪는 공동주택 이야기입니다.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요?
작품을 만들면서 사회적 이슈에서 관심이 많고 그런 부분에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해요. 개인적으로도 층간소음을 경험했었어요. 집이란 공간은 되게 사적인 공간이고 자유로운 휴식처이자 안식처라고 생각을 하는데, 공동주택 특성상 함께 사는 이웃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가 쉽진 않잖아요? 층간소음이라는 게 우리는 살면서 소리를 내야 되는데, 그 소리가 이웃한테 전달되는 순간 소음이 되는 상황을 관객들에게 객관적으로 보여주고 싶었고 그게 우리 삶의 갈등이고 이야기적으로 흥미로운 지점들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린이들부터 시작해서 어른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보면서 층간소음이 이런 문제들이 있구나 라는 걸 충분히 들여다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지 않을까, 지금 가장 필요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해서 만들게 됐습니다.
직접 경험한 갈등을 어떤 것인가요?
공동주택에 살았는데, 아랫집 분이 올라와서 “아이를 힘들게 재웠는데, 아이가 자꾸 깬다. 조용히 해줄 수 없느냐”는 요청을 되게 많이 받았어요. 우리는 그때는 애가 없었거든요. 집에서 뛰는 사람도 없는데, 정말 조용히 걷는데도 올라와서 소리가 울린다고 이야길 하셔서 우리 걸음걸이에 문제가 있는 건가. 아랫집에 사는 이웃이 자주 올라오셔서 힘들었던 기억이 나요. 다른 곳으로 이사한 집에서는 윗집의 아이가 정말 많이 뛰어다녔어요. 초등학생이었는데, 유소년 야구단이었어요. 어느날은 공을 계속 벽에다 던지는 거예요. 뚱땅땅, 뚱땅땅 반복적인 소리가...... 반복적인 소린 정말 (견디기) 힘들어요.
공동주택이 숲에 있는데, 로케이션의 모델이 있나요?
없었어요. 공동주택 외부는 자연적인데, 안은 전쟁 같은 대조적인 공간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작적 측면에서도 도심 가운데로 가져오면 세트의 양도 방대하다는 것도 있었고요. 이거를 좀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토요일 다세대 주택>에 정전되고서 적막이 찾아오는 지점이 있어요. 그때 조용한 자연의 소리와 풍경을 보여주면 대조적으로 내포된 의미들이 좀 더 잘 보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공동주택을 도심이 아닌 한적한 자연풍경으로 가져왔어요.
성별과 세대, 직업이 다른 주민들을 처음부터 동물 캐릭터로 설정했나요?
캐릭터로 사람은 너무 직접적인 것 같고 동물을 배치해서 동물적 특성을 부여하면 재밌지 않을까. 그리고 욕망을 보여주는 데 동물이 좀더 쉽게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공동주택 사는 사람들 집을 하나씩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들의 욕망들이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요즘은 코로나때문에 집에서 있는 시간이 늘어나다 때문에 그런 게 더 극명하게 보일 수 있는데, 출근 안 하고 재택근무 하는 분도 계시고 집에서 운동하시는 분, 집에서 음악하시는 분, 집에서 예술활동 집에서 취미활동하는 분들이 계신데, 그런 것을 동물 캐릭터들이 훨씬 더 편안하게 자유롭게 잘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그 욕망이 훨씬 더 잘 드러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동물 캐릭터들을 설정했어요.
염소, 토끼, 기린, 곰, 코알라가 나오는데, 작품 속의 동물들은 어떻게 정했나요?
가장 윗집에 힘센 캐릭터가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었어요. 클라이맥스 지점에서 다 매달리는 순간이 있는데, 맨 윗집에 사는 힘센 캐릭터가 그들을 끌어주는 모습이 그려지면 어떤 짠함, 드라마틱함이 있지 않을까 해서 힘센 동물이 뭐가 있지? 이렇게 해서 곰을 설정을 했어요.
소음을 만들어내야 되고 인테리어 공사를 하다가 정전이라는 계기적 사건을 일으키는 캐릭터가 필요한데, 어떤 캐릭터가 좋을까. 키 작은 기린이면 어떨까? 기린은 원래 키가 커야 되는데, 키가 작아서 사다리를 이용하는 거예요. 그런 재미들을 캐릭터 안에 담아두고 싶었어요.
육아하는 캐릭터가 필요한데, 어떤 동물이 잘 어울릴까? 층마다 하는 일들을 먼저 정하고 나서 거기에 걸맞은 캐릭터가 뭐가 있을까를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1층에는 음악 하는 친구. 2층에는 인테리어를 해야 하는 캐릭터, 3층에는 육아, 4층에는 글 쓰는 할아버지 그리고 5층에는 힘센 누군가가 운동하고 있는 걸 상상하면서 거기에 동물들을 배치를 했어요.
아이러니가 있네요. 키 작은 기린처럼 힘센 곰은 다이어트 운동을 하고 있잖아요,.
그런 게 저는 재밌는 것 같아요. 우리 삶 안에도 그런 아이러니들이 있잖아요. 그런 게 작품 속의 작은 재미인 것 같아요.
뮤지션 지망생과 노 작가라는 예술인이 등장합니다. 몸짱 사진을 자랑하는 기린은 체육인일지도 모르겠네요.
총 5층으로 만들어진 다세대 주택인데, 엄밀히 말하면 다 제가 하는 일일 수도 있는 거죠. 저도 집에서 글 쓰고 운동도 하고 애도 보면서 재우기도 하죠. 제가 직접 연주는 하지 않지만 가족 중 누군가 연주하고 그런 게 한 집에서 다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해요. 제가 잘 알고 있는 일들을 각 층에 배치를 했어요. 쉽게 전달될 것 같았어요.
옛 친구에게
<두 소년의 시간>은 성격이 판이한 두 소년의 인생을 그립니다. 앞만 보며 질주하는 친구와 느긋하게 한 눈 팔며 살던 친구가 나이가 들어 다시 만나죠. 작품 속 소년들의 모델이 있나요?
우연한 기회에 고등학교 동창들을 15년 만에 만났어요. 그날 그동안의 삶 속에서 치열하게 살았다는 얘기가 계속 기저에 깔려있었어요. 거기에서 시작이 되었어요. 특정 인물로 정하진 않고 그 친구들의 대화와 감정이 작품 안에 담겨 있어요. 다 최고가 되려고 했던 학구열이 있는 친구들이다 보니까 그런 1등의 캐릭터들 만들어봐야겠다. 그리고 상반된 캐릭터를 만들면 재밌겠다. 학창 시절에는 우리가 순위에 집착했지만 인생에는 순위가 없다는 이야기를 만들어서 친구들한테 보여주면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한적한 시골길이 배경입니다. 고등학교는 어디에 있었나요?
고향이 논산이에요. 시골학교를 다녀서 배경이 시골이고 공간을 비우려고 하다 보니까 정적인 공간이 됐죠. 이미지가 길 밖에 생각이 안 났어요. 특정한 배경보다는 길이 많이 보이게 세트도 구성을 했죠. 어린 시절 보면 수평 구도가 많아요.
길에서 양떼를 만나잖아요. 논산에 양 떼 목장이 있었나요?
상징이었던 것 같아요. 시골에서 염소를 논둑이라든지 (밖에) 놔서 키우잖아요. 소도 그렇고 어린 시절에는 학교 가다 보면 주변에 꼭 있었어요. 자전거 타거나 걸어가는 길에 보면 꼭 거기를 통해서 지나가야 되고 했었는데, 빠른 친구와 느긋한 친구가 동물들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시퀀스를 넣었어요.
동창회 이후 언제쯤 작품을 완성해서 친구들에게 보여주었나요?
콘진 제작지원을 받고 한 일 년 정도 작업을 했어요. 작품 끝나고 나서 모니터링을 친구들한테 했었어요. “그날 만나고 나서 생각이 들어서 만들었던 작품이다. 어떤 것 같냐?” 시골에 있던 친구들이 서울 한복판에 모여서 작품을 보고 좋아했어요. 네 명 정도 모였는데, 다들 1등 캐릭터처럼 바쁘게 사는 모습이 자기와 같다는 얘기를 했어요
무관심한 사이
<다녀오겠습니다>는 눈 내리는 숲속 마을에 동글동글한 동물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서늘한 이야기입니다.
<다녀오겠습니다>는 애니센터 제작지원으로 만들게 되었어요. 2014년도가 저희 아이가 네 살, 다섯 살쯤 됐던 무렵이었는데, 주변에서 일어나는 아동 실종 사건들, 끔찍한 살인 사건들이 되게 자극적으로 다가왔어요. 예전에는 그러진 않았거든요. 그런데 육아를 하다보니까 그동안에 몰랐던 감정들이 생겨났던 것 같아요. 세상의 아름답지만은 않은 부분들, 어두운 부분을 다뤄보고 싶었어요. 아이들은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어른들이라고 해서 항상 너희들을 지켜주지는 않는다 라는 이야기를 동화적인 배경 안에서 아이들에게 전할 수 있는 이야기면 어떨까.
크리스마스가 가까운 겨울이 배경입니다.
좀 더 이야기를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 따뜻하고 아름다운데 어느 한쪽에는 시린 공간을 설정했어요. 밝음과 어두움이 대조되듯 공간을 대조적으로 활용하면 극적인 연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다들 초식동물 혹은 약자들이었어요. 늑대는 강한 육식 동물이고요. 캐릭터도 약자 대 강자로 대조를 했던 거죠. 늑대 네 집 안에 사슴도 박제돼 있었고 새도 박제되어 있어서 토끼가 알게 된 거죠. 늑대는 나와 다른 종이라는 것을. 거기에서 어떤 위험을 느끼면서 끝이 나요. 그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상상의 여지를 남겨두고 싶었었어요. 그 아이가 구출될 수도 있고 혹은 친구가 될 수도 있는 여지들은 남겨두고 끝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때 어디까지 보여줘야 될까 고민은 많이 했었어요. 계속 설명을 하면 할수록 너무 센 이야기가 될 것 같아서 적절한 타이밍에서 딱 영화를 멈췄던 것 같아요.
일방적 관계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애니메이션 연구실에서 <무슨 일이야?> 만들었습니다.
대학원에 와서 첫 작품을 한 거고 그 이전에 과제작이나 대학 졸업작품 같은 습작들은 있었어요. 중대를 다니면서 TV 애니메이션 파일럿도 만들고 국악 동요 애니메이션도 만들었고 교수님들과 함께하는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로 했었습니다.
<바보상자>(2004)가 어떤 작품인가요?
스톱모션과 3D 애니메이션 혼합기법으로 만든 대학교 졸업작품입니다. 바보상자라 불리는 TV 이야기예요. 바보상자 속에 살고 있는 채널 캐릭터들이 ‘내가 리모컨에 조작되고 있다. 리모컨만 없으면 편히 살 수 있어’라는 상상을 하는 거죠. 리모컨이 사라지면 자기네들이 편하지 않을까 해서 리모컨을 없애는데, 더 힘들어지는 이야기예요. TV 채널을 돌리려면 1번부터 13번까지 계속 눌러야 되니까 순차적인 모든 캐릭터들이 연쇄반응을 일으키는 거죠. TV 채널 속 세상을 캐릭터들이 다른 일을 하고 있다가 TV 채널을 바꾸면 달려오는 콘셉트로 만들었었어요. 리모컨 있었을 때는 7번 보고 싶으면 7번 틀면 됐는데, 리모컨이 사라지니까 1번부터 다 힘들어지는 거죠. 그런 유머를 찾아서 만들었던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외장하드에 있었는데, 데이터가 손실됐어요.
중대가 스톱모션 전공이 유일하게 있는 대학원이었어요. 저는 워낙 스톱모션의 매력에 빠져있어서 애니메이션을 심도 있게 공부하고 싶어서 진학하게 됐죠. 석사 논문을 <무슨 일이야?>로 썼어요. 2008년은 애완견에서 반려견으로 점차적으로 우리들의 의식이 전환되는 시점이었던 것 같아요. 여러 훈련을 통해서 자신의 애완견이 대단하다고 뽐내고 그러한 TV 프로도 많았던 것 같아요. 이러한 모습이 과연 진정한 소통일까? 물론 주인의 애정일 수도 있지만 개는 싫어할 수 도 있지 않을까? 이러한 부분을 클레이애니메이션의 늘어나고 찌그러지는 특성을 살려서 풍자적인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무슨 일이야?>는 내내 집안 장면이다가 마지막 장면에 밖에서 본 주인공의 집이 나옵니다. 이 단 한 장면만을 위해서 세트를 만들었나요?
세트를 작게 만들었었어요. 한 장면을 위해서 만들었지만, 짧게 보여준 건 아니고 엔딩 크레디트 30초 분량 정도 롱테이크를 갔죠. 아까워서 좀 오래 보여줬던 것 같아요. 그걸 처음에 배치할지 마지막에 배치할지 고민은 했었는데, 공이 들어간 외부 세트를 보면 작품 보기도 전에 기대를 할 것 같아서 마지막에 배치했어요.
강인숙 작가님은 <무슨 일이야?>의 아트 디렉터, 캐릭터디자이너, 모델러로서 참여했습니다. 이후 작품도 함께하며 애니메이터 크레딧을 추가할 때도 있었는데, 강인숙 작가와의 협업은 언제부터 시작되었나요?
예전에 중대 선후배들이 모여 클레이애니메이션으로 TV 파일럿을 준비한 적 있었어요. 강인숙 작가님은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지만 클레이애니메이션을 하고 싶어 했었어요. 지인 소개로 함께 일 하게 된 거예요. 그다음 작업 <무슨 일이야?>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작품을 함께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일단은 도전
토이빌(Toyville)의 크레딧은 <다녀오겠습니다>부터 보입니다. 토이빌은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10년 전 쯤 김포 집 근처에 작업실을 만들면서 시작이 됐어요. 친근하면서 쉬운 이름을 생각했었어요. 장난감에 담긴 의미처럼 자유롭고 즐거운 마음으로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보자 라는 생각으로 지은 이름이에요.
클레이애니메이션(<무슨 일이야?>,<다녀오겠습니다>)에서 양모펠트로 (<토요일 다세대 주택>, <건전지 아빠>)로 기법이 바뀌었습니다.
스톱모션 하면서 장점 중에 하나가 다양한 재료들을 쓸 수 있다는 거 인 것 같아요. 작업할 때마다 어떤 재료를 하면 좋을까 늘 고민하고 있어요. <토요일다세대 주택>에는 동물 캐릭터들이 등장하니까 양모펠트랑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건물 쓰러지는 장면이 있는데, 클레이로 만든 캐릭터들은 사람들이 으깨질 수 있다고 상상하지 않을까. 양모는 쓰러져도 아프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면서 양모펠트를 쓰게 된 것 같아요. <건전지 아빠>에는 비 내리는 시퀀스가 있는데, 그 장면에 양모가 젖는 느낌이 표현하기에 효과적일 것 같아서 양모펠트로 작업하게 됐어요. 어떤 재료로 작업을 하면 어울릴까를 고민을 하고 새로운 재료를 쓰고 싶은 욕구들도 있어요 클레이도 다음 작업이나 필요하면 또 쓰고 싶어요.
인형과 미니어처 제작도 합니다.
손으로 만드는 일은 좋아합니다.
애니메이션도 좋아해서 계속하시는 건가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만들었을 때는 도전이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냥 한 번 만들어 보자 하는 마음으로 작품을 시작했는데, 이제 애니메이션은 직업이 되었죠. 좋아서 시작한 일이고 애니메이션 외에는 다른 일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오랜 시간 머릿속에만 상상하고 있던 이야기가 마지막 장면 편집이 끝났을 때 완성이 되는 걸 보면 굉장히 뿌듯하잖아요. 그런 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사실 작업 과정은 정말 힘들죠. 이거 하면서도 힘들다 했는데, 한 작품 끝날 때마다 뭔가 산 하나 넘은 것 같은 매력 때문에 계속하게 되는 것 같아요.
[쿵쿵 아파트] 보면 엄청나게 큰 사이즈 책이 있더라고요.
네, 창비 어린이 출판부에서 더 많은 아이들이 함께 모여 책을 읽고 이야기하며 특별한 독서 경험을 나누게 하고자 독자에게 사랑받는 그림책을 ‘빅북(BIG BOOK)’으로 만들고 있다고 이야기 해주셨어요. 첫 그림책을 빅북으로 까지 만들어주셔서 정말 감동 받았습니다.
반응이 좋으니까 빅북 프로젝트까지 진행된 거 아닌가요?
사실 저희는 그림책의 반응은 잘 모르고 있어요. 최근 2쇄 소식만 들었습니다. 그림책 출간이 목표였는데 빅 북까지 출간되어서 정말 감사했죠. 애니메이션이 완료된 이후에 출판사에 돌리려고 더미북을 만들었어요. 출판사 네 곳에 더미북을 보내 놓고 한 달 정도 기다렸어요. 그동안 아무 연락도 없어서 더미북을 다시 편집하려고 했었어요. 근데 며칠 후 출판사에서 메일이 온 거예요. 기다리던 메일을 받아 정말 기분이 좋았고 그렇게 그림책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그림책을 위해서 애니메이션 세트를 정비하거나 다시 만들거나 했나요?
세트는 다 가지고 있었어요. <다녀오겠습니다>도 그렇고 <두 소년의 시간>도 그렇고 다 그림책으로 만들고 싶어서 세트들을 모두 보관하고 있었어요. 우선 <토요일 다세대 주택>을 책으로 만들어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파손된 것들이 좀 있었어요. 가장 큰 문제는 인형들이었죠. 애니메이션 촬영하면서 뼈대들이 다 망가져서 인형들은 새롭게 만들고 부서진 세트들도 고쳤어요. 엔딩 장면에서 사용했던 옆으로 쓰러진 다세대 주택은 이사하면서 부서졌어요. 그래서 그림책 작업할 때 다시 만들어서 촬영했습니다. 애니메이션 엔딩에 나온 가로 주택과 그림책의 가로 주택이 달라요.
그림책 작업을 하는 데는 얼마나 걸렸어요?
출판사에 돌릴 더미북을 만드는 걸 3개월 정도 작업을 했고 출판사와 연락이 닿고 나서 서로 의견 주고받으면서 또다시 더미북을 만들었어요. 6개월 정도 더미북을 만들고 (그 후) 3달 정도 촬영하고 수정 작업을 했어요. 약 1년 정도 작업을 했던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어떤 작업을 했죠?
더미북을 그린 후에 그 기준으로 촬영을 했어요. 애니메이션과 그림책이 서로 다른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애니메이션에서 장면을 연출할 때는 분위기를 생각해서 어둠도 많이 활용을 하는데, 출판에서는 그 어둠이 안 예쁜 것 같아요. 디자이너님과 편집자님의 의견을 조율해 가며 그림책을 완성해 갔어요.
독자와의 만남을 한 적 있으세요?
그럴 시간이 없었어요. 독자와의 만남도 되게 기다렸던 시간이긴 한데, 시기가 잘 맞지 않아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는 않았어요. 한 도서관에서 한 열두 권의 책을 가지고 이벤트를 했어요. 그림책 후기를 그림으로 남겨서 달력으로 만든 워크숍이 있었는데, 『쿵쿵 아파트』책을 읽고 어린 독자분이 그림을 그려주셨어요. 달력이 저희한테 전달이 됐는데, “쿵쿵 아파트는 언제나 즐거워"라는 글과 함께 가로로 딱 누운 그림이 있었어요. 딱 와 닿더라고요. ‘아 그림책 만들기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건전지 아빠>의 건전지 캐릭터 동영상 클립을 올리고 있습니다.
단편 애니메이션 하면서 확장성에 대해서 늘 고민하고 있어요. 캐릭터들을 공들여서 만들었는데, 생명력이 너무 짧잖아요. 캐릭터의 생명력을 길게 가져갈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생각했을 때 그림책도 떠올렸어요. 그다음에 짧은 클립들을 만들면 또 다른 기회들이 오지 않을까 싶었어요. 지금은 막연하지만 계속 만들고 있어요.
<건전지 아빠>의 클립과 그림책 외에 새로운 프로젝트가 있나요?
틈나는 대로 글 쓰고 있어요. 장편은 너무 오래 걸리니까 우선은 단편 쪽으로 더 많이 생각하고 있어요.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그치지 않고 다른 것으로도 확장이 가능한 이야기들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Zoom 인터뷰 2021년 5월 9일